13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격 공개적으로 제안하기에 앞서 양측은 전날밤부터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.

그동안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해온 안 후보가 돌연 윤 후보에게 선제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한 사실이 하루 전 미리 알려지면서 양당 관계자들이 물밑에서 의견 조율에 바빴다는 후문이다.

안 후보는 먼저 전날 오후 국민의당 선대위원장들과 현역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단일화를 직접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.

그는 문자 메시지에서 "단일화 꼬리표를 달고 본 선거를 치르면 계속 방어적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"고 말했다.

그러면서 "대선 후보 등록 후 국민 경선에 의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모든 것은 국민 뜻에 맡기고 본 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"고 했다고 한다.

안 후보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숨죽이고 있던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움직였다.

이들은 전날 저녁 평소 친분을 이어온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산발적으로 접촉해 안 후보의 회견 내용을 미리 전했다고 한다.

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측에 "안 후보가 윤 후보를 만나서 철학이 비슷한지 알고 싶어 한다"며 후보 간 만남을 거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.

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"회견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"라며 "내용을 미리 공유한 것은 그만큼 진정성이 있었다는 것"이라고 강조했다.

그러나 국민의힘은 전날 밤 일찌감치 내부 논의를 거쳐 여론조사 경선에 의한 단일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.

안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야권 통합의 길이라는 데 권영세 선대본부장과 이준석 대표 등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.

비공개회의에서 "안 후보가 잔머리를 굴린다"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는 후문이다.

안 후보 측의 제안을 보고받은 윤 후보 역시 여론조사 경선의 경우 '역선택'에 의한 여론 왜곡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.

앞서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이날 제안이 있기 전부터 비공식 라인을 통해 단일화 후 있을 '지분' 요구에 대한 안 후보 측 입장을 탐색해왔다.

지난달 초 선대위 해산과 함께 새시대준비위원장에서 물러나 공식 직함을 갖지 않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두 후보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양측을 오가며 단일화 논의의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도 야권에서 나온다.

그러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"안 후보가 갑작스럽게 '자기중심적인' 제안을 던져 야권 분열을 획책하는 것으로 보고, 물밑 의사 타진조차 접는 분위기"라고 전했다.

국민의힘 관계자는 "의견 차이가 커 실무 협상의 판이 펼쳐지기 어려운 상황"이라며 "당분간 각자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"라고 말했다.

<연합>